Extraordinary Everyday!

매일 오전 5시 전, 신부님 묵상글을 보내주는 자매님이 계시다. 내가 일어나기 전, 카톡으로 살레시오수도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보내주신다. 신부님께서는 그날 복음에 대한 이야기, 해당일이 축일인 성인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신다. 

 

오늘은 5시에 일어나게 되었고, 더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제 밤 12시가 넘어서, 거의 12시 반쯤에 잠이 들었는데, 평소보다 적은 수면양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야말로 미라클 모닝이다. 

 

어제 낮에 엔젤인어스에서 주문했던 박시우 커피, 나는 레귤러를 생각했는데, 라지로 주문을 해주신 직원분! 그 분 덕분에 이 새벽에 나는 박시우 커피를 몇 모금 마시면서 정신을 깨웠다. 베트남 커피의 카페인 덕분인가? 아니면 새벽의 기운 덕분인가? 

 

신부님 강론 말씀을 읽으니 눈물이 난다. 강론 내용은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번 책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외에 최근에 '신부 이태석'이란 전기작품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있다. 

 

강론 말씀을 전해주신 신부님께서 집어주신 이태석 신부님의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자신감에 찬 이태석 신부는 제임스 신부를 따라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된 마을을 방문했다. 그러나 자동차에서 내리는 순간 그는 악취를 참지 못하고 빈 들판을 향해 달음질쳤다. 그리고 톤즈의 너른 벌판에서 의술만 믿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의사와 선교 사제가 되겠다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먼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우러나왔다. ‘인간 이태석’이 무너지고 ‘사랑의 선교 사제’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상상이 갔다. 들판을 향해 달음질쳤던 이태석 신부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라면 어땠을까?

 

20대 중반,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낮인지, 밤인지 모르는 시간이지만 환승역에서 어떤 이가 들어섰다. 온 몸에서 지린내가 났다. 한눈에 노숙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씻지 않은지 얼마나 되면 옷에 그런 냄새가 배일까? 지금은 이런 생각을 여유있게 하지만, 먼저 몸이 반응을 했다. 그는 나보다 지하철이 움직이는 방향 쪽에 섰고, 역에 정차할 때마다 관성의 법칙을 이기지 못한 냄새 분자가 나에게도 전해졌다. 냄새가 쏟아졌다라는 말이 더 가깝다. 그때 '분자 확산의 법칙'을 몸으로 체험했다. 왜 백화점 1층의 농도 짙은 향수에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까? 아이러니다. 

 

몇 정거장 지나 내가 있는 쪽에 자리가 나서 앉았고, 맞은편에 그도 앉았다. 그의 옆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정차를 할 때마다 하나 둘 일어났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가방을 뒤적였다. 문화상품권이 들어있던 하얀 봉투를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그 봉투에 넣었다.

 

뭐라고 적고 싶었다. '이 돈으로 목욕탕에서 몸을 씻으세요!'라는 내용을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런 내용은 못 쓰고 그 노숙인이 듣지 못할 소리로 얼버무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내리는 역에 다다라 그에게 봉투를 전해주고 재빨리 내렸다.

 

그에게 이런 것을 전해도 될지, 그가 선택한 냄새에 내가 괜한 반응을 한 것인지 자신 없었다. 내가 준 돈으로 그가 어떤 행동을 선택할 지 알 수도 없었다. 어쩌면 그의 전략일까?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에게 호의를 베풀게 하는 마법의 냄새 가루일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한 끝에 전한 봉투였다. 고작 1만원이 뭐라고.

 

그 와중에 내 머릿속에서 가장 컸던 고민은 나는 마음을 내서 주는 것인데, '나는 원치도 않는데, 네가 이걸 나한테 왜 주냐?'며 그 봉투를 거절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것이었다. 즉 '거절 당하는 것'에 대해 상처 입을까봐 마음을 재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정차할 곳에 이르자, 그와 이야기할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봉투만 그의 무릎 위에 두고 뛰쳐나온 것이다.

 

그 뒤에도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접혀있던 그 기억을 펼치며 한걸음 나아가 본다. 과연 그는 나의 행동에, 혹은 나의 메시지에 뭐라고 답했을까? 봉투를 펼쳐 본 다음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나의 행동은 누구를 향해 있는 것일까? 나인가? 그인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있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단지 냄새만 났을 뿐인데, 그를 노숙자로 오해한 것일까? 내가 돈을 준 후 대등했던 그와 나의 관계가 변하는 것이 불편했던 것일까? 단지 진한 향수 마냥 진한 지린내일 뿐인가? 

 

이것이 내가 풀어본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