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ordinary Everyday!

CBOL학회에 왔다. The 2nd Internationl Barcode of Life Conference
가 대만에서 열렸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 '영어'를 쓰는데 다들 '영어'를 어찌나 잘하는지
참으로 부끄럽고 부러울 따름이다.

컨퍼런스의 주최자는 캐나다의 겔프 대학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폴 에베르라는 70대 할아버지 교수가 있었다. 연구의 꽃은 노년에 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산타클로스 같은 흰 수염을 갖다 붙인 게 아닌 진짜로 기른 할아버지들이
수두룩했다. 간간히 빠박 머리 할아버지도 있었다. 백발 할머니도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분류학자들이 실종되어 가는 전세계적인 사태를 맞아 분자유전학적 방법으로 생물다양성을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가지 주제를 갖고 논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한편 일주일동안 비슷한 주제를 줄줄이 듣다 보니,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간간히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생물다양성을 살펴본다고 전 세계 자연사 박물관에는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산림 속에서 잘만 살고 있던 나비들을 수천마리 데려와 표본으로 만들고, 다리 하나 떼어 DNA실험을 하며 북태평양 바닷가를 신나게 헤엄치던 물고기를 잡아 알콜에 풍덩 집어 넣고 실험을 한다는 것
어쩌면 이런 작업들이 '인간 중심의 지배욕, 집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의 학문적 호기심','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그런 것을 만들었고,
나아가 '자연의 보존, 지구의 평화'를 생각한 것이겠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형태분류에 한계를 느낀 분류학자, 더욱이 연구비를 지원 받을 수 없어 턱없이 부족한 분류학자들...이 자구책으로 내 놓은 것이 이번 학회의 시작이 되지 않은 것이가 싶었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주일간 학회 일정 속에서 '나쁘게' 느낀 점이 이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