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ordinary Everyday!

Photo by stefan moertl on Unsplash

아침부터 이상했다. 거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으로 잠이 깼다. 분명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깨고보니 5시. 커텐이 걷힌 안방은 이미 밝아진 상태였다. 뜻하지 않은 기상이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요즘 들어 아침이면 몸이 부어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아서다. 잠깐 컴퓨터를 하다가 아파트 4층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가뿐하게 자전거도 탔다. 집에 오니 7시가 살짝 넘어 아이의 등교 준비를 함께 했다.

 

아이의 가방에서 하얀 종이접시가 나왔는데, 내가 봤을 때는 보라색 동그라미 안에 뾰족한 하얀 이로 보였다. 그래서 아이에게 '괴물이냐?'고 물어봤다. 아이는 나의 물음에 마음이 상했다고 했다. 들어보니 '보라색'은 아이가 학교에서 속한 '하우스팀' 대표 색이었으며, 보라색 사이에 하얗고 뾰족한 부분은 자작나무의 무늬를 표현한 것이었다.  나의 섣부름으로 아이에게 '괴물'이냐고 물어본 것이 문제였을까? 엄마라면 아이의 그림 묘사가 무엇인지 눈치가 없었던 탓일까? 아니면 '엄마'는 아이의 모든 것을 알겠거니 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환상' 때문이었을까? 준비는 늦어졌고, 또 평소에 잘 챙겨두던 목걸이 명찰마저 어디에 두었는지 찾다가 꽉찬 엘리베이터를 한 대 보내고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정류장에 가보니, 모두들 버스에 탄 상태였다. 아이가 타자마자 버스는 출발했다. 그렇게 금요일 하루가 시작되었다.

 

평소처럼, 남편과 아파트 근처를 돌았다. 어제도 그랬나? 궁금하게 자녀 교육 이야기를 하다가, 서양 문명 이야기를 하다가, 어째서 '정치'이야기로 들어섰을까? 처음으로 맛 본 설탕을 넣지 않은 레몬쥬스(정작 내가 설탕 빼달라고 요청했는데)를 마셔서일까? 입맛이라도 달콤했다면, 나의 생각은 달라졌을까? 평소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또 생각이 다름을 인정도 하고 있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맥 없이 겉돌았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이야기를 하지만, 서로에게 전해지지 않는달까? 전깃줄이 갑자기 끊겨서 그 끝에서 '파바박' 불꽃이 튀기지만 정작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거 아닌가 싶은 상황이었다. 

 

나는 레몬쥬스가 있는 곳을 지켰고, 남편은 길을 나섰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을 해봤다.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다. 가치체계가 이렇게 다른가? 내가 모르는 것도 있었다. 들어볼 수도 있었는데, 막무가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무가내가 된 이유도 있었다. 나의 감정선이 갑자기 바뀐 지점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말투는 평온했지만, 더 이상 뜻을 같이 할 생각의 여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딴소리를 지껄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남편이 서있다. 순간 '우리는 역시 인연이구나!'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출근을 해야 할 남편이나와 이야기를 하자며 다시 현관문을 연다. 나는 남편에게 '멋지게 살아!'라는 말로 빈정거림을 묻혀본다. 나의 소극적인 공격이다. 조금 치사하다. 하지만 이전 이야기를 곱씹고 나온 결과물이다. 

 

남편이 궁금한 사항은 이랬다. '한미동맹' 이야기를 하는데 왜 '아프리카 도움'이 나오는지였다. 이 맥락을 보면 내 화두는 뜬금없고 어처구니 없는 것고, 관련성이 1도 없어보이는 미친 소리가 맞긴하다만......난 현 상황을 거부하고 싶나보다. 심하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입으로 똥을 싸지르게 된다. 아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