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ordinary Everyday!

 

아이의 스쿨버스 시간에 맞춰 현관문을 나섰다. 옆옆 집의 개가 내가 반가운 것인지, 갇혀 있다가 나와서 기분이 좋은 것인지 나에게 달려들었다. 정작 개를 푼 집에서는 나오지도 않고 소리만 질렀다. 나는 마구 달려드는 개를 막다가 발목에 상처가 생겼다. 귀엽게 생긴 개임에도, 조금은 큰 덩치에, 그 무게로 달려드니 겁을 먹게 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개가 먼저 들어간다. '안돼!'라고 한국말로 소리쳤는데, 용케도 알아들었다. 긴박한 목소리가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신나서 복도로 뛰어나간다.

 

1층에 도착해서 아이가 스쿨버스에서 내렸나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아뿔싸! 아이는 이미 내려 버스 모니터요원이 보살피고 있다. 

딸 아이가 '엄마 엄마!' 소리친다. 뛰어갔더니 옆집 동생을 사귀었다고 어여 동생과 함께 가서 과자를 사고 2층 키즈카페에 가서 놀겠다고 한다(어느 누구와도 논의 없이). 명부에 사인을 하고 아이를 따라갔다. 딸 아이가 사귄 친구는 자기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인데, 키가 비슷해서인지 친구로 안 모양이다. 집에 도착해서야 내 이야기를 듣고는 동생인 줄 알았다. 

 

아이를 따라 마트로 들어갔더니 콘치를 이미 골랐다. 아이의 간식은 '용돈'으로 계산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해서 아이에게 '네 용돈으로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하지 않으면 좋았을 말을 했다. '엄마가 카드 안 갖고 왔으면 어쩔 뻔 했니?', 그리고 '어제처럼 카드 계산 안되어서 현금으로 해야할 수도 있고!'...

 

Photo by   Nico Smit   on   Unsplash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해결책으로 옆집 아줌마를 택했다. OO친구 엄마! 혹시 제 과자도 계산해 주실 수 있어요?

아이는 평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잠깐 얼굴을 보았고, '인사 해야지!'라고 말해줘도 인사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옆집 동생을 버스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더니 갑자기 동생 엄마에게 '과자를 계산 해 줄 수 있냐?' 묻기까지 한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난감하다. '아이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회 관행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런 것은 먼저 엄마에게 물어보라고!(아마 엄마가 안 사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아줌마에게 말을 한 것이겠지?) 그리고 설명을 해주었다. '네가 사업을 해서 투자를 받는 입장이라면(좀 더 구체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명분' 없이 그냥 사달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딸 아이가 말한다. '나는 불쌍해서' 계산 요청을 할 수 있단다. '불쌍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라고. 그 동안 7살 아이는 일주일에 20만동(1만원)을 용돈으로 받아왔다. 그런데, '소비' 카테고리에 용돈 대부분을 사용하게 되면서 제대로 된 경제교육이 아니다 싶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이 거듭되어 '용돈'을 협상 테이블에 세웠으나 그마저도 포기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번주 용돈을 받지 못한 상태. 저금통으로 핼러윈에 들고 다니는 호박등불을 사용하는데,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으니 아이의 눈높이에서는 옆집 아줌마에게 기대하는 것이 어쩌면 낫겠다 싶었겠지. 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 뜻밖의 일이 벌어지는 것은 참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나의 당혹스러움은 오로지 내 차지! 우리 아이는 어떻게 자라날 것인가? 궁금하다. 

 

아직 배울 것들이 많다. 그것은 아이도 그리고 엄마로서의 나 또한도.... 물론 인간으로서도.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