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ordinary Everyday!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와 남편이 배드핑퐁(탁구채와 셔틀콕을 이용한 놀이)을 하였다.

남편은 평소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있었다. 무리를 해서 크게 움직이거나 힘을 쓰면 통증이 느껴지는 상태다.

통증치료를 받으면 좋겠다고 나는 여러 번 말했으나, 그때마다 남편은 '괜찮다'고 '스트레칭을 하면 나아지겠지'라고 해서 예약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날은 남편이 탁구채를 휘두르다가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느꼈나보다. '아악!'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평소 아이와 놀 때 과장된 몸짓을 하며 소리 또한 그렇다. 아이는 아빠의 그 우스꽝스러움을 좋아한다. 지켜보는 나도 그게 참 재미있다. 그래서 남편의 외마디 소리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늘도 재미있게 노는구나 싶었다.

 

잘 생각에 안방에 누워 있었는데, 거실에서 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또 '아악!' 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아빠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공으로 아빠를 맞추려다가 그게 빗나가 라켓으로 남편의 아픈 부위를 때린 것이다. 남편은 표정이 일그러졌고, 아이는 놀랐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상황이 심각해졌다. 

 

아이는 이 상황에서 그냥 '울음'이 아니라 울부짖었다. '놀람'과 '두려움' 등이 뒤섞인 울음이겠지? 남편이 방으로 먼저 들어오고 아이는 남아 울고 있는 것 같아 방으로 데리고 왔다.

 

사과, pixabay

나는 그 상황을 재빨리 정리하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남편의 아픔에, '사과'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이가 듣고 있는지, 이해는 하는지 눈을 맞추지도 않고, 다그쳤다.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고 '역지사지'를 설명했다. 아이는 내 이야기에 왜 항상 '친구'가 들어가냐고 나는 '엄마 아빠가'가 더 좋은데... 라고 했다.

 

나는 또 '아이가 이해를 하지 못했구나' 싶어 부연설명을 했고 아이는 '더이상 말하기 싫다'며 잠을 청했다. 조금전만 해도 '오늘 밤에는 엄마를 꼭 껴안고 잘거야!'라고 다짐하던 아이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내가 그 상황에서 해야할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사항은 뭘까? 아직은 머리가 여물지 않은 아이의 감정도 살펴봐주었어야 했는데... 남편에게는 뭐라 말했더라? '괜찮아?', '병원 예약해줄까?'라고만 했다. 

 

하루 지난 지금 내 어릴 때가 생각났다. 친구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또 자고 싶어서 집에 가지 않고 있던 날, 엄마가 자전거를 타고 친구네로 오셨다. 그러곤 '아빠가 많이 화가 났다. 하룻 밤이면 충분하다. 집으로 가자!'라는 얘기를 하셨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집에 갔더니 목욕을 하고 나오신 아빠가 '다음부터는 외박은 안된다!'라고 딱 잘라 말씀하셨다. 그때 내 나이가 우리 딸 아이만큼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때 엄마가 아빠한테 사과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내가 뭘 잘못한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단지 그 싸늘한 분위기가 무서웠고 그래서 사과를 했다. 

 

그 뒤, 학교에 들어가서 나는 '사과'의 달인이 되었던 거 같다. 사과할 필요가 없는 상황, 내가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내가 사과를 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사고의 과정에 일어난 것일까?  '내 존재'까지 건드려진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