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ordinary Everyday!

남편은 저녁 약속이 있고, 아이는 하원할 때 구매한 소시지와 요구르트빵 간식을 먹어서 저녁 생각이 없다길래, 점심 때 먹는 메뉴 그대로 밥을 차렸다.

슬라임으로 노는 아이를 옆에 두고 넷플릭스 컨텐츠를 고심하다가 ‘다큐멘터리’ 카테고리로 정했다. 일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올라왔던 피드를 보고 ‘언젠가는 봐야지!’ 싶었는데, 이때다 싶게 고른 것이 ‘나의 문어 선생님’

내가 스포일러가 되는 것은 싫어하지만, 나의 감정을 말하려면 어쩔 수 없기도 하겠다. 글로 접하는 것과 직접 영상을 보는 것이 다르니… 이해를 구하든, 알아서 건너 뛰든 하겠지?

나는 영상 속 다시마 숲을 보면서도 울컥했고, 문어와 첫 교류를 하던 영광스러운 모습, 문어의 하얀 살점이 드러난 모습, 그리고 마지막 모습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아이와 함께 보니 눈물을 삼키게 되는데, 마음껏 소리내어 울 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하하하.

내가 바다를 만났을 때는 그랬다. 한 번은 채집 다이빙을 하다가 못 나와서 죽을 뻔도 했고, 짧으면 2주에 한 번 아니면 1달에 한 번씩 배를 타고 그물질을 하면서 바다 위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극약이 포함되었다는 멀미약을 먹고 신체의 균형감각을 마비시킨 다음에 탑승했던 몇 번의 연구선 출장은 이제 소중한 추억이다.
그렇게 가까이 하던 바다를 작정하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만날 일이 없으니 몹시 그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때의 그 상황이 참 감사하게 다가온다.

다큐멘터리에서 다시마 숲을 자유롭게 유영하던 다이버의 모습을 보니, 몇 번 안되는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경험이 떠오르고, 그 때의 그 설레임도 고개를 든다. 물 속의 장면은 신기하게도 시간을 초월하여 그때 그 감각을 고스란히 불러온다. 문어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 크레이그가 말했듯이 자연에서의 ‘소속감’, ‘일치감’을 나 또한 바닷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포유류 무리에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을, 포유류가 흔치 않은 그 바닷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를 겹겹이 싸고 있는 껍질이 벗겨진 다음에야 진정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스쿨링을 하는 유어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리가 가니 따라가는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이 비친다. 남들이 하니 나도 했던, 혼자로는 미약하니 그저 뒤따를 수 밖에 없던 상황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선택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어떤 답을 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