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찾아 떠나 본 나의 새내기 시절.
요즘은 날도 따듯하니 자전거 타고 출퇴근을 곧잘 한다.
아무튼 출근길에 나는 내 꼬라지를 보곤 주눅이 들곤 한다.
왜냐?
나는 어느 대학의 캠퍼스를 가로질러 출근을 한다.
녹슨 체인이 슬렁슬렁 도는 자전거를 타고, 회색빛 코트에 등산화.
그리고 눈만 나오는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부리나케 달린다.
참. 스키장용 장갑도 낀다 -.-
그런데 아무리 재빨리 달린다 해도, 녹슨 자전거는 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오 가는 차량이며, 빨간 신호등 탓에 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 밖에 없는 그들.
그들을 보면 내 젊은 시절이 떠올라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맑은 피부, 꺄르르 활짝 웃는 얼굴, 산뜻한 봄색의 옷들. 무엇보다 싱그런 젊음이 말이다.
나도 젊은 기운을 받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연구실에 오면 화장실에 가서 내 얼굴을 확인하곤 한다. -.- 뭥미.
아무튼 그런 나날이 계속되는 중, 인터넷 서점에서 대학서적 할인 이벤트 창을 보게 되었다.
참 전공서적이 많기도 하고나. 그러면서 슬며시 내 어릴 적 새내기로 돌아가 있다.
책들이 왜 죄다 두꺼운거야?. 아효. 개인 사물함 당첨은 하늘에 별따기고
동아리 방에 책을 가져다 두면 좋겠는데, 신입생이라 눈치도 보이고. 허리 휘겠다... 했던 시절.
밥 사준다는 선배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그때 .풉.
그래도 유독 생각나는 것은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에 유심히 들여다 본 책에서
세미콜론-한 문장 안에 반점을 찍어 벌여 놓은 낱말 떼끼리 갈라놓을 때 찍는, 쉼표의 하나인 ‘;’-의 의미를 몰라 교수님께 여쭤 봤던 일. (대학 물리학에 그런게 있어서 물리 교수님께 여쭤 봤다.)
학교에 튜터 시스템이 있어서. 물리 전공 대학원 선배에게
'비온 후 아스팔트는 미끄러지는데 왜 종이에는 물을 묻혀서 넘기는 거죠?' '마찰계수가 변하는 것인가요?'
명예 화학 교수님께는, '플라스틱을 힘주어 구부리면 왜 하얗게 색깔이 바뀌나요?' 물어봤으나,
친절한 화학교수님의 설명에도 눈만 껌벅하며 이해하지 못했던 일.
처음으로 새벽 6시까지 시험공부를 했던 일(그땐 친구들도 있었고 야식도 있었지). 지금은 밤샘 -.- 못한다. 못해-.-
아무튼 새내기 때는 참 열의가 대단했었다.
생물전공 소학회 때 입회 동기가 '코딱지나 귀지가 노란 이유가 무언지 알아보고 싶다'였던 거 같기도 하고.
답은 뉴스그룹에서 누군가 얘기해준거 같은데... (지질이 관련되어 있었나? -.-)
어찌되었든 그때의 뇌는 지금보다 덜 주름져 있을까? 아니면 지금이 더 펴졌을까? 생각하면
곧잘 '내 머리가 썩었어'라고 한숨 짓는다 -.-
그때만큼의 열의를 지금도 갖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의 명령에 마지못해 따르는 것은 아닐까?
먹고 살기 위해, 학위를 따기 위한 어영부영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 있다면, 지적 호기심에 대한 순도?
지금도 학생인데 -.-.
내 연구의 목적이 진정한 물음에서 나온 것이 아닌 것 같아 씁쓸할 때가 있는게지 싶다.
그렇지만, 지금의 지적 호기심은 '막연함'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는.
그래서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미분화 상태를 벗어나고 있다.'라고.
어허허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