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ordinary Everyday!

20대 후반의 텀블링

하루2007. 9. 1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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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온 후,

바람 시원하고 별이 빼곡히 박힌 동네.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에 다녀왔다.

결혼식 복장이라 묵직한 가방을 들고 갈 수 없어 옷만 꾸겨 넣고,
슬리퍼를 챙기지 않아 눈치보며 콘도의 슬리퍼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볼링도 치고,
사람들이 사다 놓은 참치회, 연어회, 엉겨 붙은 족발을 먹은 후
어슬렁 어슬렁 주변 산책을 했다.

커플들 속에서 자못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내게
환한 웃음을 선사 해준 것은,
밤 이슬 내린 '텀블링' 이었다.

유로번지?인지 뭔지
탱탱한 고무줄을 사지의 벨트에 연결,
탄성을 이용한 점프를 '쭈욱 쭈욱' 하는 기구가 있었는데,
바닥에 부딪치지 말라고 텀블링 기구를 설치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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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방방' '덤블링'이라고 부르던 그것이었다.
집에서 반대하던 그 '방방'을 타겠다고 중국집 하던 친구집에서 논다고
거짓말을 하고서 방방 아저씨에게 달려갔던 적이 있다.
물론 그 중국집 하던 친구와 함께.
...
신나게 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날  '가족 외식'을 하려는데 딸내미가 없으니 몸소 찾아나선 것이다.
음하하.. 뭐 딱히 혼나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부모님은 잘못 타다 '삐끗'하면 어쩌려고 하셨겠지만... 그 당시는 잘 이해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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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생각은 여기까지..
아무튼 어찌나 반가운지.

하지만 이미 밤잠 없는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그래서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탐색을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한무리 아이들은 어디가고 가족이 타고 있었다.
부부와 그 아들,
그런데 아버지가 지쳤는지 텀블링에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그 소중한 텀블링에 자리를 차지하고서.

이때다 싶어, 일행 중 한명이 올라갔고 나도 따라 올라갔다.
아이가 다치지 않게 뛰었지만, 약간의 겁을 준 셈이었다.
꼬마가 우리의 무게를 당해낼 수 없으니 철푸덕 주저 앉아서 몸이 퉁퉁 튀는 것이다.
아부지는 이내 '얘야 이제 그만 가자' 하면서 (더러워서?)우리를 피했다.-.-

결국 우리는 나름의 '승전보'를 올리고 기뻐라 하며 열심히 '방방' 거렸다.
그 밤중에 침을 질질 흘리며 좋아라고 뛴 거다.
뇌가 머릿 속에서 쿵쾅 거리는 것도 모르고.
다음날 코가 헐 만큼 신나게 '방방'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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