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에 시작된 감기가 여전하다.
지인들과 함께 하는 가족 여행이었다. 몸 상태를 고려치 않고 무리를 했나보다. 몸살이 왔나 싶었는데, 감기로 발전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병원에서는 급성 인후염이라 진단했고 항생제가 들어있는 약을 5일치나 처방 받았다. 괜찮겠지 싶어서 저녁 약만 먹은 게 문제였을까? 벌써 한 달이 다 되가다니. 그나마 기침 가래의 횟수는 줄었다. 하지만 코의 점막이 제 기능을 못하는지 냄새를 잘 못 맡고, 밥을 먹다가 목이 잠기면서 목소리가 바뀐다.
일주일 전 추석 연휴에, 남편에게 어릴 적 추억 이야기를 꺼냈다. 추억 보다는 하나의 이미지랄까? 이제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추석이 되니 떠올리게 된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보다는 새벽녘 할아버지댁 마당에서 들려오던 할아버지의 재채기 소리, 가래를 뱉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 고향은 아니지만 '나의 본적'의 그 집의 냄새도 함께 불러온다. 그러다 할머니를 생각했는데, 몇 번 보지 못했던 시장통에서 나물을 파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할머니 댁에서 할머니는 늘 분주하셨다. 부엌 아궁이 앞, 마당 아궁이 앞, 사랑방 아궁이 앞. 할머니의 모습은 아궁이로 점철된 것인가? 쉬시는 모습을 못 보다니... 순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런 모습 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조부모님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드리지 못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똑삼이가 돌치레로 고열에 시달리고 있던터라 찾아가지 못했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베트남에 있어서 가지 못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그때가 생각난다. 죽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구나 싶어 새삼 나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요근래 리디북스에서 읽게 된 책이 '치매의 모든 것'이다. 일전에 내과의사의 수필을 본 적이 있는데, 치매 환자의 보살핌에 대한 어려움이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아직 닥치지 않았다고 제껴두기에는 그 무게감이 커서 다시금 '치매'관련 책을 보게 되었다. 그러다 어젯 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한 줄 알았는데, 전자책 캐시를 주문한 나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해 헤매는 나를 보니, 순간 겁이 났다. 내 정신은 어디에 팔려있는 것일까? 어디에라도 팔려 있으면 다행인데 그런 것도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러다 보니 부모님께 연락이라도 한 번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오늘 전화를 드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