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자발적 청소가 낳은 두려움.
포크래인
2009. 6. 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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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커서 청소를 해본적이 몇 번 있던가?
그것도 순전히 자발적으로.
방이 어질러져 있는 상태를 즐겼고,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당연 정리가 된 곳도 어질러지게 마련이라 생각하면서
살아왔지만,
부모님이 오실 때나, 손님이 찾아올 때 마지못해 청소를 하곤 했다.
(그럼에도 남들 보기엔 어질러진 상태였지만. -.-)
그런데
세상에나, 네상에나,
어제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2시까지 청소하기 여념이 없었다.
뒤늦게서야 의류함에서 꺼낸 여름 옷들을 옷장에다 정리하고,
빨래하고,
부엌의 찬장도 정리하고,
쓰레기도 재분류하고....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거의 4-5시간이 걸린 작업이었다.
그만큼 내가 정리를 안하고 살았구나 싶기도 했지만,
그동안의 나는.. 방을 더럽히면서(?)
나름의 '자유'를 느끼고 싶었다. -.-아하하하.
방이 좁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하는 마음으로.
아무튼 정리를 했는데,
그 정리가 자발적 정리였다.
문제는 그 자발절 정리로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워낙에 청소를 하지 않았기에....
자주자주 청소를 하면 몰라도.
왜 사람이 갈 때가 되면 알아서 주변 정리를 한다 하지 않던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왜 내가 정리를 하게 되었지?
나도 모르는 나의 운명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내일 내가 죽게 된다면 이 방에 사람들이 오는 것인가?
둘러보니 속옷이 널린 건조대는 조금 민망하고.
그것 외에는 음. 괜찮겠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눈물이 쏟아졌다.
좀 더 사랑할 걸. 사랑한다고 많이 얘기할걸.
아. 이 밤 중에 부모님한테 전화할 수도 없고.
설마 자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
그러면서 잠이 들었고.
아침에 깨어났을 때는
정말이지, 오늘이란, 현재란 선물에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아항항항.
아무래도 자주자주 청소를 해서 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오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인사 넙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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