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인간관계와 감기.
포크래인
2009. 2.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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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로 나는 감기에 걸려들었다. 내가 떼어버릴려고 해도 이것들은 철썩같이 달라붙어 있어,
나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까지는 이들에게 나의 에너지를 쏟아 붓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요즘은 졸리운 약은 안 쓴다 하지만, 몸이 평소 쓰지 않던 곳에 열을 내서 그런지, 낮이 되면 잠이 솔솔 온다.
무튼, 인간관계와 감기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참 밀접한 것 같다. 갖다 붙이는 것을 잘하는 내게 있어서
비유적으로 근접하게 다가온 다는 것이다.
어제 실험실 동생과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를 했다. 동생은 요즘 아니, 이전부터 힘들어했다. 누군가와의 관계 때문에.
어떻게 하다가 그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 사실 모르는 것은 아니다. 조금 알고 있다.
어찌되었든, 동생은 그런 관계를 힘들어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을 했다 한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으니.
이런 것을 세세하게 나열할 수는 없는 것이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내가 타자인 이상 그에게 힘이 되주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라고는 했으니 참..
그 말이 어쩌면 무성의하게 들렸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생각이 났다.
무심코 찾아오는 감기. 깨끗하게 손도 씻고 그랬는데 말야. 긴 손톱으로 코를 후볐는지, 어쨌는지.
떡하니 찬바람에 스며든 바이러스 덩어리가 내 몸에 달라붙었단 말이지.
그래서 시작된 나의 콧물 줄줄, 밤의 코막힘과 발열, 기침과 졸음.
이런 것들은 내가 나의 일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는 사실상 중요치 않은 것인데,
딱 걸려 들어서 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헌데 웃긴 것은
이렇게 앓고 지나가면 똑같은 감기는 좀체로 안걸릴 거란 거다. 인간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발동하는 한
괜찮겠지 한다. 그런데도 또 걸리고야 마는 것이 감기다. 감기바이러스의 진화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매년 감기를 앓는 것은 아닌데, 어쩌다 걸리면 반갑게 맞아준다고 처음엔 그러다가, 끝무렵에는 정말
질릴 정도로 싫어지는 거다.
그러다가 잊고 또 온다면 반겨줄 마음도 갖게 되는 것이 나에겐 '감기'다.
그런데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무엇이 잘못되어 뒤틀렸는지, 그 미세한 차이에 의해서
조금씩 틈이 벌어지면서 사이가 나빠진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게 말이다. 아주 우연찮은 일로 인해서 -.-
그러곤 이걸 어떻게 할까? 얘기를 해야하나? 해결점은 무엇인가?
그렇게 고민고민하면서 머리 싸매고, 스트레스 받고, 그러다 정작 제 할일은 제쳐두게 되고, 마음 잡고 일하다가,
톡 톡 터지는 그 이상한 관계 때문에 마음 쓰이고, 아프고...... 그러다보니 이게 또 아무 것도 아닌게 되는 거다.
시간이 흐른 것인지, 나의 마음이 그러는 동안 단단해 진 것인지, 상처에 대한 면역력이 강해진 것인지.
그러고 한동안 괜찮겠거니 했는데, 또 시작되는 이상한 관계... 사실 언제나 쿵짝이 맞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
평생 감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나 또한 튼튼하게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어쩌면 쓸데 없는 에너지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누구나 말한다 피할 수 없는 한 즐겨라.
감기든 틀어진 인간관계든....피할 수 없는 한 즐겨야 한다면... 어떻게 즐겨야 할까?
오늘은 그걸 고민해 봐야겠다. 에너지 소모를 덜 하는 방향으로. 아니면 한번에 쑥! 속시원히 사라지는 방향으로?
음..... 지금부터 고민시작. -.-
바이러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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