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실험실 방문한 왕파리 한마리.

포크래인 2009. 5. 1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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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 왕파리 한마리가 방문을 하였다. 아! 사실 실험실은 아니구나.
그래. 연구실이라 하자.
연구실에 왕파리 한마리가 방문했는데, 이 곳이 좋은지 나갈 생각을 도무지 안하고 있다.
내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었나보다.

스쳐지나 가는 것을 유심히 노려봤을 때는 체장은 1센티는 넘을 것 같고 두께도 두툼하니 0.5cm이상은 될거 같다.

충분히 그 이상일거다.
그리고 필시 이 왕파리는 알낳을 시기가 임박했다.
예전부터 그런 파리들이 나를 찾아왔었으니까. -.-


휴~
파리가 나를 애써 찾아온 때는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5학년때 변두리 괴산에서 나름 도청소재지 청주로 이사를 갔다.
처음으로 생긴 나만의 방이 있었는데,
워낙 햇빛이 쨍쨍하게 들어서 봄에 구입한 책들이 여름이 될 때면 누래지곤 했다.
그런 방이었는데,

어느날!
볕이 잘 들던 그 어느날 -.-
내가 살짝 좋아하던 오빠가 우리집을 방문했다.
그 오빠는 울 오빠의 친구.
어쨌든 나는 앨범에 그려진 백조를 그림물감으로 흉내내는데 한창이었다.

그 오빠는 곁에서 와! 잘 그리네!라고 칭찬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흠칫 놀라 내게 고개를 돌렸다.

"야! 너 파리도 키우냐?"
뜬금없이 웬 파리인가 했더니.....-.-
내 책상, 책꽂이위에 칸휴지가 있었고 그 위에 파리가 알을 낳아 놓았었다.
파리는 그곳을 꽤나 안락한 둥지라 생각을 했던 거다.
도무지 어떤 환경이 파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 지저분함?.. 이런 것도 고려대상이 된다지만,
난 그냥 볕이 잘 든다에 백만표 거뜬히 주겠다 -.-

결국 그날부로 나는 파리를 키우는 아이가 되었고,
그 파리 알들은 나에게 참혹하게 몰살당했다 -.-
그 이후로도 어미 파리들은 나를 반겨 방문하였고,
나는 난자된 어미 파리 배에서 알들이 꿈틀 거리며 뛰쳐나오는 것을 목격하곤 했다. -.-

여기서 나의 표정은 상상에 맡겨야겟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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