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내 옆의 발신자 정보표시 전화기

포크래인 2009. 5. 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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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이를 닦고 왔더니
글쎄, 새로운 전화기가 놓여져 있었다.
나의 옛 전화기는 코드가 뽑혀 생명력을 잃은 듯  책상 한가운데 있었다.
아! 이것은 무엇이더란 말이냐?
인트라넷 공지사항에 전화기 어쩌구 저쩌구가 있었는데
바로 이것인가?

나의 옛 전화기를 가지고 전화설비 하시는 분께 찾아갔다.
"전화기 두고 가셨는데요, 이 전화기는 어떻게 되나요?"
"폐기 되겠죠 뭐."


그 말을 듣고 내가 좀 안된 얼굴을 하고 있어서인지
"갖고 가셔도 되요." 라는 말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옛 전화기는 고장도 나지 않고 사용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더군다나 발신자 전화표시가 나에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 급한 전화라면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해올테니 말이다.

아무튼간에 왜 나에게 새로운 전화기가 왔는지,
어디에서 이 전화기 설비 지원금을 주었는지,
누가 필요성을 제시했는지 궁금하기에 앞서.

그냥 옛 전화기도 괜찮은데, 사용할 만한데라는 생각에
미안함이 앞섰다.
그 미안함에는 지구를 위한 메세지도 담겨있다.
사무실 전체에 발신자 정보표시 전화기가 놓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되는 전화기.
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지.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의 과잉 생산.
과잉생산을 메우기 위한 과잉 광고
과잉광고를 통한 과잉 소비
과잉광고 및 과잉생산을 책임져야 하는 소비자의 과잉 부담
이는 결국 지구 자원의 무절제한 소비이며, 낭비를 자처하는 일이 아닌가?

왜 우리는 소비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기업은 그렇게 생산을 해대는 것인가?
소비하면 행복해지나? 돈이 많으면 행복해지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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